언론보도
[2016.11.14.중기이코노미] “정부·시장도 못 푼 문제, 사회적 경제가 해결”
관리자 2017.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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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만큼 가져가는 택시협동조합 ‘쿱택시(Coop Taxi)’ 박계동 이사장 

 

연매출 35조원에 직원 수 8만5000명의 스위스 기업이 있다. 또 14조원 매출에 7만4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스페인 기업도 있다. 그런데 이들 기업은 대기업이 아니다. 스위스 대형마트인 미그로(MIGROS)와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작고 영세한 협동조합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국협동조합연대 한국택시협동조합 ‘쿱택시(Coop Taxi)’의 박계동 이사장은 “협동조합으로 시작해도 이처럼 규모가 커질 수 있다”며 “한국에서는 협동조합 쿱택시가 ‘사회적 경제’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사주로 출발한 쿱택시…경영 투명하게 공개

▲한국택시협동조합 ‘쿱택시(Coop Taxi)’의 박계동 이사장

 

쿱택시의 ‘Coop’은 협동조합을 뜻하는 영어 ‘Cooperative’에서 따왔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전부터 준비해 2013년 법인설립 후 2014년 11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박 이사장은 “협동조합기본법을 시행할 당시 협동조합만 만들면 다 잘될 것이란 분위기였다. 하지만 협동조합의 특징을 살리지 않고 시장진입을 해봐야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기술집약·자본중심 산업은 주식회사가 맡는 것이 낫고, 협동조합은 노동집약·고용중심 산업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런 산업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 끝에 청소용역, 퀵 서비스, 대리운전 등과 함께 택시기사가 생각났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단순히 택시회사가 노동집약적이라 택한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박 이사장의 경험도 한 몫했다. 박 이사장은 14대·17대 국회의원을 거쳐 2008년에서 2010년까지 국회사무처 사무총장을 지낸 후 2012년 19대 총선 출마를 끝으로 정계를 떠났다. 이후 1년간 택시운전을 직접 하면서 여러 문제점을 경험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쿱택시를 시작하게 된다.

 

박 이사장은 “택시운전을 직접 해보니 최악이라고 말해도 부족할 만큼 악순환 구조”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에 따르면, 개인택시가 아닌 회사에 속한 택시기사들은 사납금을 내야 하고, 택시회사의 이익분배 구조는 경영진에 대한 ‘선이익보장제’다. 임금은 낮고, 이직률도 높다. 이직이 잦다보니 회사 차량 가동률은 낮아지고 생산성도 악화된다. 부족한 이윤을 메우기 위해 회사는 더 높은 사납금을 책정하고 택시기사들은 더 낮은 임금을 받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정부도 부가가치세 환급이나 유류세 환급과 같은 제도를 만들어 시행했지만, 그게 사업자 몫으로 가버리고 택시기사에게 돌아가는 몫은 적었다”며 “택시기사들이 힘든 원인은 택시업계의 이런 고질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쿱택시는 우리사주 형태로 시작했다. 쿱택시 기사들은 1구좌당 2500만원의 출자금을 낸다. 박 이사장은 “우리사주제도가 국내에서 활성화된 제도가 아니어서 다들 반신반의했기 때문에 쿱택시를 위해 필요한 48억원 중 출자금을 제외한 10억여원의 돈을 모으기 위해 사채까지 끌어쓰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나서지 않았다면, 함께하는 운전사들도 나를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박계동 이사장은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소득증대가 가장 중요하며, 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말했다.  

 

쿱택시는 매달 5일 회계마감 후인 8일 운영위원회를 연다. 운영위원은 조합원 10명당 1명을 직선제를 통해 뽑는다. 운영위원회에서는 회계법인이 작성한 재무제표, 손익계산서, 원가분석자료 등 3가지 자료를 공개한다. 원가분석자료 속에는 경영에 쓰인 각종 지출비용이 있다. 또 추가적으로 확인하고 싶은 내용은 질의응답을 통해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박 이사장은 “협동조합은 출자금이 얼마든 모두가 1인 1표를 행사하는 평등한 구조다. 그렇기에 경영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신뢰성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공정분배 통한 조합원의 소득증대가 가장 중요

 

쿱택시는 사납금제도를 대신해 전액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택시운전사의 수익중 협동조합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제외한 나머지 수익은 모두 운전사에게 돌아간다. 박 이사장은 “쿱택시운전사 260명의 평균 임금이 270만원이다. 일반택시의 두배 정도다. 지난달의 경우 가장 많은 임금을 가져간 운전사가 489만원이다. 열심히 일해 많이 벌수록 많이 가져갈 수 있다. 일반택시회사가 매출액의 35%를 인건비로 지급하는 것에 비해 우리는 65%를 지급한다”고 말했다.

 

매출액에서 인건비를 65% 지출할 수 있는 이유는 쿱택시의 법적성격이 상법상 주식회사가 아닌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른 협동조합이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제조업은 15%만 마진이 남아도 잘된 장사라 하는데 유통업은 35%가 마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마진이 다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소득증대가 가장 중요하다. 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협동조합이며 가장 큰 경쟁력이자 장점”이라고 했다.

 

처음 서울에서 71명의 운전사들과 함께 시작한 쿱택시는 현재 서울 75명, 포항 48명, 경주 66명, 대구 75명 등 1년 반만에 264명까지 늘었다. 올해 안에 광주, 인천, 춘천에서도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중이며 내년에는 부산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박 이사장은 “택시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영업도 해보고, 여기저기 투자도 해보다 실패하고 ‘택시나 해보자’고 뛰어든 사람들도 많다. 그런 분들도 이제는 쿱택시가 괜찮은 일자리란 자부심을 갖게 됐다” 며 “쿱택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쿱택시가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는 공정분배로 운전사에게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계동 이사장은 “재벌이 독점하는 현재 경제구조는 나라를 튼튼하게 하는 구조가 아니다. 협동조합은 기업이윤을 전부 소득과 일자리로 나누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시장도 못 푼 고질적 문제, 사회적 경제가 해결”

쿱택시를 설립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앞서 얘기했듯 출자금을 모으는 것이었다. 박 이사장은 “협동조합이 정부규정상 중소기업이지만, 제도금융권이 외면하고 있다”며 “조합원의 출자금 대출 관련 지원은 전무하다. 외국의 경우 1구좌당 억단위에 이르기도 하는데, 국내에서는 불가능한 숫자”라고 했다. 특히 박 이사장은 “제1금융권은 물론 제2금융권도 협동조합을 외면하고 있다. 선례가 없어 그렇기도 하지만, 협동조합이 설립돼도 대출을 해주지 않으려 하고, 대출을 해줘도 대부분 과도한 담보를 요구한다”며 금융권의 변화를 요구했다.

 

“쿱택시는 협동조합 운영을 통해 정부도 시장도 못했던 택시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해소했다. 재벌이 독점하는 현재 경제구조는 나라를 튼튼하게 하는 구조가 아니다. 아직도 우리는 너무 자본주의 경제방식에 매달려 있다. 협동조합은 기업이윤을 전부 소득과 일자리로 나누는 구조”라며 협동조합을 포함해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촉구했다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